더 글로리 2 공개 - 1초도 놓칠 수 없는 플롯, 한 순간도 눈뗄수 없는 장면들이 가득하네요./
김은숙 작가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2022년 12월 30일에 파트 1이 공개되었고, 2023년 3월 10일에 파트 2가 공개된 드라마이다.
공개 직후 한국을 비롯 다수의 아시아권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전세계 순위에서 주간 3위를 찍은 2023년 2월 현재 넷플릭스 최대 흥행작이며, 2018년부터 이어지는 메가히트 복수극 계보를 6년째 잇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가 공개 후 단 3일 만에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폭빌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더 글로리'는 파트 1 공개 후부터 학교 폭력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 것은 물론 중국 내 '도둑 시청'이 기승을 부릴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넷플릭스 공식 집계 사이트인 '넷플릭스 톱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10일 첫선을 보인 '더 글로리' 파트 2는 공개 3일 만에 1억 2446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단숨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영어와 비영어, TV와 영화 부문을 통틀어 전체 1위에 올라선 것은 물론이고 국내를 비롯해 멕시코, 페루, 모로코, 홍콩, 일본, 싱가포르 등 23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총 79개 국가에서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콘텐츠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 화면 캡처.
'더 글로리' 전 세계 인기에 中 도둑 시청 기승
'더 글로리'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는 이른바 '도둑 시청'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국 콘텐츠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에서는 '더 글로리' 파트 2 평점이 9.2점(10점 만점)을 기록했고, 리뷰 개수가 14만 개를 넘어섰다.
앞서 '더 글로리' 파트 1이 공개됐을 때도 중국에서는 불법 경로를 통해 시청한 누리꾼들이 평점과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중국 누리꾼들은 "시즌 2 언제 나오나"라며 파트 2 역시 도둑 시청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불법 시청을 두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14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더 글로리' 파트 1,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중국 내에서 한국 콘텐츠의 불법 유통이 일상이 된 상황"이라며 "중국 당국은 다른 나라 문화를 먼저 존중할 줄 아는 법을 배우고, 반드시 행동으로 보여줘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학폭에 대한 사회적 관심…'더 글로리' 선한 영향력, 파트 2까지 이어져
'더 글로리'의 인기는 단순히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로 확장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극 중 가해자들이 동은(송혜교)의 몸에 고데기(열로 데우거나 뜨겁게 하여 머리 모양을 다듬는 기구)로 상처를 내는 장면이 드라마 속 장치가 아닌 실제 피해라는 사실에 수많은 시청자가 경악했다.
충격은 학폭이 현재진행형 문제이며 학교와 학생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라는 공감대로 이어졌다. 방송계 역시 '더 글로리'가 불 지핀 학폭 이슈를 파고들었다. MBC '실화탐사대'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학교 폭력을 집중 조명했다.
국내에서 시작된 물결은 해외로도 번졌다. 태국에서는 배우와 가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학창 시절 학폭을 사과했고, SNS에서 '타이 더 글로리'(Thai The Glory)'라는 캠페인이 벌어지며 일반인들 역시 학폭 경험담 폭로와 함께 진상 규명과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더 글로리' 파트 1와 2 공백 사이,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학폭 가해자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결국 국가수사본부장직에서 낙마한 사태가 벌어졌다. 정치판은 물론 국민들은 "현실판 '더 글로리'"라 비판하며 학폭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등 정치판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더 나아가 학폭이 반복되는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졌다.
이처럼 파트 1 공개 이후 정치판을 비롯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 학폭을 고발하는 글이 이어졌다면, 파트 2 공개 이후에는 교사 폭력(교폭)에 대한 경험담까지 올라오고 있다.
극 중 동은은 학창 시절 학폭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들을 옹호하며 학폭을 은폐한 선생 김종문(박윤희)에게도 복수한다. 이러한 동은의 모습에 용기를 얻은 교폭 피해자들은 학창 시절 교사로부터 폭행당한 사례나 촌지 사례 등을 증언하고 있다.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1위에 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 2. 넷플릭스 제공
외신 '더 글로리' 인기 요인 분석…"사회적 이슈 드러내"
'더 글로리' 파트 2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1위를 기록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뿐 아니라 외신에서도 호평과 함께 인기 요인을 분석하는 글이 나오고 있다. '더 글로리' 공개 이후 현실에서 벌어진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빈부격차와 사회적 지위의 불균형 등으로 발생한 '학폭'이란 사회적 문제를 반영한 것이 주요인 중 하나다.
앞서 파트 1 공개 이후 프랑스 신문사인 르 쁘띠 저널은 '더 글로리'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드라마 10위권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가정 폭력, 가난 차별, 학교 폭력 등 무거운 사회적 이슈를 드러낸다고 소개했다(KOCCA 위클리 글로벌 310호 참고).
'더 글로리'라는 완성도 높은 이야기와 학폭 피해자의 복수를 그려내는 차별적인 시선 역시 글로벌 신드롬의 배경이다. 가해자애게서 불필요한 서사와 설정을 덜어내며 피해자의 복수를 통해 '찝찝함'이 아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는 "송혜교는 미묘한 연기를 통해 상처 입은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1분 만에 문동은의 복수를 수긍하게 된다"고, 미국 매체 레저바이트는 "가해자들이 불쌍하게 그려지는 몇몇 다른 복수극과 다르게 피해자의 복수를 꺼림칙하게 느끼지 않도록 만들었다"며 드라마가 가진 설득력과 표현 방식을 높게 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파트 2 공개 후에도 외신들의 호평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매체 폴리곤은 "'더 글로리'는 결코 현실성을 약속하지 않았다"며 "'더 글로리'는 동은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않고, 그 속에 뭔가 영광스러운 것이 있다"고 했다.
'더 글로리'의 소재인 '학폭'을 보다 심층적으로 다루며 드라마를 깊이 있게 바라보는 기사도 나왔다. 미국 타임지는 "'더 글로리'는 폭력으로부터 20년이 흐른 시점에서 동은의 계획을 착실히 따른다. 한국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최신작으로 학교폭력을 소재로 했으며, 한국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줄거리에 사용했다"며 학폭의 이유로 빈부격차를 짚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으로 시작된 K-드라마를 향한 세계적인 관심은 '더 글로리'로 더욱더 커졌다. '더 글로리'의 흥행 이후 'K-복수극'을 추천하는 기사도 나오게 됐다.
포브스는 "아름답게 촬영하고, 사려 깊은 연출이 돋보이는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복수의 맛'을 느끼게 했다"고 평했다. 이어 '더 글로리'를 보고 복수에 대한 갈증이 남은 시청자들을 위해 추천한다며 '재벌집 막내아들' '빈센조' '이태원 클라쓰' '모범택시'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가장 좋은 복수는 (직접 행하는 것이 아니라) K-복수극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얻는 것"이라고 전했다.
학교폭력은 자주 등장하는 화두이고
피해자분들의 글들을 읽어보면
가장 상처를 많이 받는 말, 그리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너는 아무 잘못이 없어?'라는 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 나는 아무 잘못이 없어', '네, 아무 잘못 없습니다'를
사명처럼 이해시켜야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_작가 김은숙.
문동은: [안개]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가난했으므로 모진 학교 폭력을 당한 동은.
웃음을 잃었고 영혼은 가루처럼 부서졌다.
죽기 좋은 날씨여서 죽으러 갔었다.
그날 동은을 살린 건 어쩌면 안개였다.
짙은 농무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축축한 옷 속에서 팔과 다리의 흉들이 가려웠다.
날을 잘못 골랐다고 울다가 그런 스스로가 너무 불쌍해서, 외려 웃고 말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왜 나만 죽어야 하지?
용서는 없다.
그 누구도 천국에 들지 못하겠지만.
주여정: [난동(煖冬)]
온실 속의 화초란 말은 아마도 여정을 두고 만든 말일지도 모른다.
싱그럽게 웃고 때때로 하늘거리며 달콤한 향기를 가졌다.
평생이 난동(煖冬)이라 밖이 그리 추운지 몰랐던 여정은
악몽 같은 사건을 겪고 난 후 지독한 겨울을 버텨내고 있었다.
그리고
동은의 팔과 다리의 흉을 보고 여정은 결심한다.
동은의 왕자님이 아닌 칼춤을 추는 망나니가 되기로.
그래서 손에 든 메스를 조금 다르게 써 보기로 한다.
원래의 계절에 맞게 이제부터 아주 차가워질 작정이다.
박연진: [백야]
태어나 보니 세상은 이미 연진의 편이었다.
하물며 끔찍한 학교폭력을 저지르고도 부모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 덕에
잘못에 대해 반성하려는 그 어떤 노력조차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연진은 일생이 백야였다.
하지만 연진은 알지 못했다.
백야가 있는 동안 그 반대의 반구에서는
극야(極夜)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걸.
극야(極夜)의 시간을 견딘 동은이
연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는 중이란 걸.
강현남: [너울]
처음엔 내 잘못인 줄 알았다. 사람들도 그렇다고 했다.
참으면 되는 줄 알았다.
버티면 나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현남은 결심했다.
너울이 무서운 이유는
예측이 어렵고 파고가 낮아지는 물결이라
잔물결도 없이 잠잠하다 일순간에 모든 걸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어쩐지 문동은이란 저 여자가 그 방법이 될 것 같다.
하도영: [바둑판]
도영에게 삶은 바둑판처럼 선명했다.
아군과 적군. 내 식구와 남의 식구. 예스 아니면 노.
흐릿한 것이 끼어들 수 없는 흑과 백의 세상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안개처럼 흐릿한 한 여자가 자꾸만 궁금해지더니,
급기야 태양을 따라 도는 해바라기처럼 그 여자를 쫓고 있었다.
도영은 안다.
인생에서도 대국에서도, 백보단 흑이 유리하단 걸.
평생 흑만 잡아 왔었는데 지금 도영은 백을 잡고 있다.
전재준: [갑]
가는 곳마다 눈에 띄고, 눈에 띄는 모든 순간 ‘갑’으로 살고 있는 재준.
술 아니면 여자, 여자 아니면 도박, 도박 아니면 폭행으로
변호사와 만나는 시간이 더 많지만
그렇게 살아도 부는 매일매일 쌓여간다.
그런 재준이 미치도록 가지고 싶은 것이 생겼다.
그것이 동은이 계획한 덫이라는 것을 알지만 멈추기에는 이미 늦어 버렸다.